출처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2020413453794298&linkid=rank_news&type=day&cate=bs&rank=10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얼마 전 단독주택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단독주택을 짓기로 하면서다. 모듈러 공법을 활용하면 2개월 안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이 업체를 선정했다. 이 업체는 일본 단독주택 전문기업의 판매법인으로 모듈 제작은 일본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우선 설계 작업부터 진행했다. 설계가 완료되는 데 걸린 시간은 20일 정도다. 설계가 끝나자 현장에서는 기초공사가 이뤄지고 일본 현지 공장에서는 제작에 들어갔다. 제작 기간은 5일이다. 부산에 대기하고 있던 트레일러 10여대가 일본으로 건너가 모듈을 가져오는 데 걸린 시간은 6일. 현장에서 조립하는 데 단 하루다. 나머지 마감 공사에 15일. 준공까지 총 47일이 소요됐다.

이처럼 벽, 지붕 등 주요 구조를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주택을 모듈러 주택(잠깐용어 참조)이라 한다. 일본에서는 20년 전부터 모듈러 주택이 유행처럼 번져 현재는 전문 업체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이 도입된 지 20여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까지 모듈러 주택은 생소하기만 하다.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와 법 규정, 높은 생산비용 등에 발목 잡혀 상용화되지 못한 까닭이다. 기술력 부족도 한몫한다.

국내에서 모듈러 제작 공장까지 세우며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국내 업체 SK D&D(SK건설 자회사)도 1년 반 만에 결국 사업부를 구조조정했다. 2010년 당시 SK D&D는 일반 아파트보다 에너지 효율이 50%가량 높은 친환경 단독주택(스카이홈)을 모듈형 공법을 통해 선보인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등 전체 공정의 80%가량을 수원에 위치한 모듈러 제작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는 조립과 내외장 공사만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건축비도 합리적인 선에서 책정했다. 3.3㎡당 500만원 대로 국내 목조 또는 철근콘크리트 주택(3.3㎡당 600만원 선)에 비해서는 저렴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수요가 미미했다. 하자보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어마어마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서 SK D&D는 사업을 정리했다. SK D&D 관계자는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K D&D마저 사업을 정리하면서 우리나라 모듈러 주택 시장에는 일본 단독주택 전문업체 말고는 제대로 된 국내 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 시장은 일본 업체에 모두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축비(일본 업체) 평당 1000만원 육박
일본 업체가 시장에 선보인 모듈러 주택은 가격이 비싸다. 건축비(165㎡, 50평 기준)만 4억~5억원 선. 3.3㎡당 800만~1000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건축비가 비싸다 보니 5년 전 국내 시장에 진출해 지금까지 10여채 보급한 게 전부다. 장석수 이에스하임 건축사업부장은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건축비가 높아지고 있다. 통관, 운송비용으로 5000만~6000만원 정도 들어간다”면서도 “최근 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 상반기에만 10여채를 더 지을 계획이다. 일부 모듈만 국내에서 제작하더라도 건축비를 600만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주택 공급 활성화 측면에서 모듈러 주택 지원에 나서겠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그간 공동주택, 준주택 분야에만 사실상 허용됐던 공업화 주택(모듈러 주택 등)을 단독주택으로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토해양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소형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단기간 내에 사회가 요구하는 주거 성능, 규모를 제공하기 위해선 모듈러 주택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철재로 지으면 수명 140년 이상
모듈러 주택의 최대 장점은 일반 주택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10% 이상 경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도 자재의 규격화와 표준화로 자재 구매비, 인건비 등에서 3.3㎡당 90만원가량 절감(원룸형 300가구 기준)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장점은 모듈로 제작돼 있다 보니 평형대 조절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면적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계수명까지 건물을 유지할 수 있다. 일본 세키스이하임이 국내에 지은 모듈러 주택의 한계수명은 140년에 달한다.

이뿐 아니다. 지역을 옮겨 다닐 수 있다. 콘크리트로 지은 집과 달리 모듈러 주택은 이동(이축)이 용이하기 때문에 땅만 확보되면 어디든 옮길 수 있다. 재활용도 가능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주택을 해체한 뒤 철재 유닛 모듈의 90%까지 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목조 주택(102㎡ 기준)에 50년 목재가 40~50그루 사용되는 것과 비교해 친환경적임을 알 수 있다. 장석수 부장은 “모듈러 주택은 에너지 절감에 효과가 있다. 어떤 열도 바깥으로 새나가지 않아 단독주택의 최대 난적(難敵)인 난방비를 최대 8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모듈러 주택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시장이 받쳐주질 않으면 뿌리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모듈러 주택에 전격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포스코A&C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건설사들은 앞으로 진행되는 부분들을 면밀히 살펴본 뒤 진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모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공원가를 낮추기 위해 모듈러 주택 사업을 검토했지만 당장은 진출하지 않을 계획이다. 특별히 진행되는 사항도 없다”고 전했다.

잠깐용어 모듈러 주택(Modular House)
공장에서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온돌, 현관문, 욕실 등 전체 공정 중 80%가량을 제작한 후 현장에서 최종 내외장 공사를 하는 방식으로 시공된다. 건축이라기보다는 제조업에 가까운 셈이다.


인터뷰 | 모듈러 주택 사업 뛰어든 이규정 포스코A&C 사장
대량생산으로 건축비 20% 절감한다


철강그룹이 모듈러 주택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유럽에서는 제철소가 모듈러 주택을 짓는다. 친환경 강재로 강구조 모듈러 주택을 짓게 되면 수명이 영구적일 뿐 아니라 지진, 바람, 화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에서도 유럽 시장을 벤치마킹한 후 2003년 모듈러 주택 관련 기술을 도입했다. 그룹 차원에서 모듈러 주택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초기부터 설계 부문에 참여한 포스코A&C는 그룹으로부터 제조기술까지 이전받고 모듈러 주택 사업의 총대를 멨다. 오는 2월 충남 천안에 모듈러 제작 공장을 준공하면 설계·시공에 이어 제작까지 아우르는 종합건축회사로 발돋움한다.

모듈러 공장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부업체에 제작을 의뢰하고 설계·시공만 담당했는데 사업이 커지면서 자체 공장을 갖기로 했다. 130억원을 들여 투자를 했는데, 모듈 사이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연간 평균 3600~4200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규모다. 앞으로 설비를 자동화하게 되면 생산능력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짓겠다고 했다.
정부에서 서민용 주택 건립정책을 내놓았다. 단기간 내에 상당수의 서민용 주택을 보급하는 데에는 모듈러 주택이 제격이다. 모듈러 공법을 활용하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건축비를 낮출 수 있다. 국내 기술로는 5층 건물이 한계지만 고층 건물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프레임만 쌓아올린 후 방, 거실, 화장실 등 유닛을 껴놓는 시스템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구조적으론 문제가 없다.

기존 도시형 생활주택은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듈러 주택의 장점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할 경우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콘크리트 주택보다 건축비를 최대 20%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기 단축이라는 기회비용과 유지 관리비가 거의 안 들어간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듈러 주택의 장점 중 하나인 이축기능을 살려볼 생각이다. 정부나 지자체 유휴부지를 활용해 이축을 전제로 한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토지를 5~10년 단기로 임대해 모듈러 주택을 짓고 필요시 이축한다면 토지비를 임대가격만 산정하게 되니 저가로 공급할 수 있다. 반값에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토해양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Posted by Happynow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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