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asiae.co.kr/news/view.htm?sec=sisa1&idxno=2011050506480859456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2002년 10월 20일. 당시 공군 조광제 중령은 사람들의 기대어린 눈빛을 한 몸에 받고 후방석 탑승자 없이 T-50시제기 1호기에 올라탔다. 새로 만든 비행기가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초도비행(First Flight)을 하기 위한 것.

조 중령은 당시 시험비행조종사로 F-16비행 450시간을 포함해 총 2500시간의 비행기록을 갖고 있었다. 배테랑인 조중령에게도 긴장의 순간이었다. 만인의 앞에서 이번 비행을 성공시켜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중령은 믿고 있었다. 반드시 날아오르리라는 것을. 사실 진짜 초도비행은 이날이 아니다. 엄연히 따지면 초도비행은 이날보다 두 달 열흘이 앞선 2002년 8월 20일이다. 조 중령은 이미 초도비행을 마쳤다.

상황은 이렇다. 공군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01년 9월부터 2002년 1월 사이 초도비행준비검토(FFRR)라는 절차를 만들어 록히드마틴, 국내연구기관 등 관계자 36명을 모아놓고 최종보고서에 서명한다. 공군을 대표해서는 공군 시험비행조종사가 T-50초도비행을 수행한다는 서류에 서명했다. 하지만 공군의 불안감은 더해만 갔다.

이에 공군은 언론에 알리지말고 8월 20일로 예정된 초도비행을 비밀리에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것은 공군의 이진학 항공사업단장, 사업단 소속 차장, 전영훈 박사, 장명광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상무 등 몇몇이 전부다. 그만큼 비밀리에 초도비행은 진행됐다. 이날 진짜 초도비행에서 조광제 중령은 가볍에 하늘을 날고 가뿐히 착륙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조금씩 알려지자 공군에서는 본격적으로 T-50을 홍보하자는 의견이 나오게됐다. 당시 한일월드컵 4강에 진출해 국민적 자부심이 한없이 높았던 시기여서 시기적절했다. 이에 그해 10월 30일 사천비행장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T-50의 '가짜 초도비행행사'열리게 됐다. 당시에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박지원 중위가 후방석에 타고 조광제중령이 앞좌석에 탑승했다.

조광제 중령은 10월 30일 공개리에 진행된 초도비행을 마친 후 9일뒤인 11월 8일 T-50시제기 2호기를 하늘로 날려보냈다. 이 비행으로 조 중령은 2002년 공군을 빛낸 인물로 선정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T-50양산기를 출고하기에 앞서 시제기 네 대로 모두 1146번의 시험비행을 했다. 시험비행은 대개 횟수가 고정되어 있으며 성공여부에 따라 비행기의 양산이 결정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T-50생산에 참여한 록히드마틴도 F-22랩터 시험비행과정에서 여러번의 고난을 겪었다. 대당가격이 1억 3330억달러로 알려진 F-22랩터 시제기가 2004년 12월 20일 넬리스 공군기지를 이륙해 야간 시험비행을 하다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시험비행조종사는 비상탈출하고 항공기는 네바다 사막에 추락해 폭발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공군은 시제기 추락원인을 찾을때까지 모든 비행을 금지시켰다.



그만큼 시험비행은 중요하고 까다롭다. 그렇다면 이를 비행하는 시제기를 조종하는 시험비행조종사는 누가 되는 것일까.

답은 엘리트 중에 엘리트조종사가 선발된다. 전투기 조종사들 가운데 우수한 조종사를 선발해 시험비행조종사교육을 시킨다음 소정의 자격증을 갖춰야 한다. 이 과정은 우주비행사도 필수과정으로 손꼽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험비행조종사학교는 일곱 개가 있다. 이 가운데 세 개가 미국에 있고 영국.프랑스.인도.브라질에 각각 한 개씩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에서 운용하는 시험비행조종사학교 'NTPS'와 공군에서 시험비행조종사를 양성하는 'ATPS', 해군이 시험비행조종사를 양성하는 'USNTPS'가 있다.

영국에는 왕립시험비행조종사학교로 번역할 수 있는 'ETPS', 프랑스에는 핵무기를 운용하는 전략공군기지로 유명한 EPNER, 인도의 공군 시험비행조종사학교, 브라질의 시험비행조종사학교가 유명하다.

한국은 절출교역의 일환으로 전영훈중령을 비롯한 국방과학연구소 직원들을 영국에 보내 고등훈련기 설계기술을 익혔는데 당시 이진호소령(공군 2사2기, 중령예편)이 영국 국제시험비행조종사학교로 보내져 첫 시험대에 올랐다.

당시 이진호 소령이 시험비행조종사 교육을 받는데 들어간 비용은 75억달러. 이 소령 이후 공군은 다양한 시험비행조종사를 양성하게 되었다. 이들이 모인 곳이 공군 52전대 281시험비행대대다. 이 진호 소령도 이부대 소속이었으나 구복을 벗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시험비행조종사가 된 경우다.



초음속고등훈련기 T-50은 말그대로 음파돌파가 가능한 훈련기다. T-50의 음파돌파를 한 시험비행조종사는 애초 시험비행을 했던 조광제 중령이 아니다. 주인공은 이충환소령으로 처음 음속돌파비행을 한것은 2003년 2월 18일이다. 미국보다 56년정도 늦게 초음속비행을 한 것이다.

초음속 비행을 계기로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나선 미국에서도 시험비행조종사는 필수적인 인력이다. 중요한만큼 시험비행조종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우리나라도 우주정복을 나서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하고 있다. 지금 T-50을 시험비행을 해보고 음속돌파비행을 처음해본 시험비행조종사들은 밤하늘을 보며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생각에 잠겨있을지도 모른다.


Posted by Happynow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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