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essayblog.kr/156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스크랩 노트가 있었다

첫 직장부터 업무 가운데 글쓰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내 입장에서 노트나 만년필 같은 필기도구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기 이전이었던 1990년도 후반까지 매년 1 1일은 새 스크랩 노트의 첫 장을 기록하는 걸로 새해맞이를 갈음하곤 했다. 당시에는 그저 두꺼운 대학노트 한 권에 막 쓰기 편한 3,500원짜리 빠이롯트 만년필 한 자루면 1년을 시작할 준비가 끝났다. 매일같이 쓸만한 신문기사를 오려서 노트에 풀칠해서 붙이고 스크랩마다 필요한 메모를 덧붙이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었지만, 스크랩 노트의 위력은 꽤 쏠쏠했다.

그런데 1997년부터 업무에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나의 스크랩 노트는 점차 활용도가 떨어졌으며, 1999년 새해부터는 더 이상 스크랩 노트를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신 이때부터 웹 페이지를 어떻게 갈무리해서 쓸 것이냐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모조리 프린트해서 옆에 쌓아두고 읽었다. 그런데 책상 옆에 쌓인 프린트 용지가 수천 장을 넘어가자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찾아낸 프로그램이 윈도우 탐색기 형태로 목차를 만들 수 있는 미국산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에는 꽤나 유용하게 사용했는데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텍스트 형태만 지원하던 단순한 프로그램이었다. 글을 쓰기 전에 윤곽을 잡거나 기획서 초안 작업할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곤 했는데, 한글을 제대로 지원하는 않는다는 점이 제일 큰 문제였다.


10년 넘게 다양한 메모 프로그램을 섭렵하다

이때부터 나의 메모 프로그램 편력이 시작되었다. 내 기억에 쓸만하다는 프로그램은 한번씩 다 써본 것 같은데, 마음에 쏙 드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작년까지 그래도 비교적 유용하게 썼던 프로그램을 꼽아보자면 블루노트, OneNote, Evernote Freemind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이 프로그램들의 장단점을 한가지씩 짚어보자.



개인적으로 블루노트는 다이어리 프로그램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가격도 저렴한데다 외국의 어떤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제일 깔끔하고 쓰기 좋았다. 하지만 스크랩과 아이디어 노트를 겸한 작업용 노트 프로그램으로는 불편함과 한계가 너무 많아서 결국 일기장으로 낙찰.


OneNote PC의 사양만 허락한다면 스크랩 도구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소 웹 서핑을 하다가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페이지 채로 스크랩해둘 때 OneNote를 사용한다. 하지만 흡입력이 끝내주는 독일제 진공청소기 같은 OneNote도 메모 용도로 쓰기에는 무척이나 산만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담비노트를 접하기 이전까지 가장 오래 동안 사용한 프로그램이 Evernote였다. 메모와 스크랩을 함께 해결하기에 무리가 없었고, 강력한 기능과 함께 디자인도 깔끔했다. 그런데 올해 초 3.5로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제품이 무료로 풀리고, 한 달에 40MB의 웹 저장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등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결정적으로 프로그램이 너무 무거워져 버렸다. 아이폰 버전은 꽤나 쓸만하다던데, 아무튼 PC 버전은 너무 무거워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Freemind. 문자 그대로 무료 마인드맵 프로그램인데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곤란한 아이디어들을 정리하기에 좋다. 하지만 마인드맵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스크랩 기능이 너무 떨어지는데다 한글 지원이 미흡하다는 단점들이 있다.


우연히 접한 담비노트의 좋은 점 네 가지

2달 전, 다른이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담비노트 사용기를 읽고 나서 바짝 호기심이 동했다. 그런데 처음 담비소프트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는 실망감이 꽤 컸다. 사이트가 너무 무신경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했다. 프로그램의 첫 인상 역시 뭔가 산만하고 2% 부족한 느낌. 그런데 하루 이틀 쓰다 보니 꽤 괜찮다.

제일 먼저 프로그램이 항상 상주해 있어도 PC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냥 순수 텍스트 메모 프로그램처럼 작고 가볍다.

둘째, 웹 페이지를 스크랩할 때 HTML 속성까지 함께 가져올 것인가, 텍스트만 가져올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한 것은 스크랩의 내용이 방대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사용자들의 생각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셋째, 윈도우 탐색기 형태로 메모와 스크랩을 자유롭게 배열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나는 단 한 개의 파일에 모든 메모와 스크랩을 다 집어넣어서 사용하는데,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들과 각 고객별 업무, 개인 자료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또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넷째,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적절하게 변용하거나 기능키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훌륭하다. 사용자마다 마음에 드는 메모 프로그램을 찾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사용 용도부터 활용 방법까지 너무나도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부분은 최대한 많은 기능을 구현해놓고 사용자가 알아서 사용하게끔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런 측면에서는 담비노트의 넉넉한 활용성을 칭찬하고 싶다.



좀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 두 가지

그렇다고 담비노트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너무 무신경한 디자인은 많이 아쉽다. 수많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디자인이 근사하기 때문이다. 애플만큼의 디자인을 요구하기에는 무리라는 사실은 잘 알지만 디자인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장점의 이면에는 양날의 검처럼 기능의 구성이 너무 산만하다는 단점도 함께 존재한다. 장점에 비해서 사소해 보이는 단점들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담비노트가 한국을 대표하는 메모 프로그램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

Posted by Happynow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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